[쵸로이치오소] 다정의 이율배반 # OSOMATSU 2016. 6. 3. 19:03

첫째 형, 웬일로 폰을 붙들고 살아?”

 

 알 거 없어, 임마.”

 

 에이……여자 생겼어?”

 

 .”

 

 

귀찮음이 잔뜩 묻어나는 대답에 토도마츠가 눈을 크게 뜬다. 정말? 진심? 보채는 목소리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던 오소마츠형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이야. 형아 진지하거든. 그렇게 말한 형은 주고받던 메일이 잘 안 풀린 건지 폰 액정을 뚫어져라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입을 벌리고 어버버 하던 토도마츠가 오소마츠형의 어깨에 매달리며 웃었다.

 

 

그치만 키스마크도 없고, .”

 

 정말로 그런 거 아니야.”

 


어깨에 매달린 토도마츠를 떼어낸 형이 살갑게 웃는다. 형이 여자 얘기를 하면서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오랜만에 본다. 순간 하던 일을 전부 멈췄다. 무릎에 올려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봐 주먹을 꼭 말아 쥐는데 그 위로 마른 손이 덮인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쵸로마츠형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

 

 

형은 또 병신 같은 나를 챙기러 온 모양이었다.

.

.

같은 성별을 가진 형제를 좋아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도 않는 어릴 적부터였으니까. 나는 태생이 어떻게 돼먹은 건지 둥근 구석이 없었다. 겉도 꼬였는데, 속은 곱절로 꼬여 있고. 근데 그건 내 의지랑 상관없었다. 그냥 6명 중 얻어걸린 불량품이 아마 나였던 거겠지. 형은 그런 나랑 정 반대였다. 다정하고, 단순하다 할 정도로 알기 쉽고, 그래서 오해하기 좋고……무려 형제를 그런 식으로 오해한 건 온전히 내 실수지만. 아마 나는 모럴도 말아먹고 태어난 모양이었다.

 

오소마츠형이 의심할 여지없이 스트레이트라는 건 진즉 알고 있었다. 보통은 그게 당연하지.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배짱이 좋지 못 했다. 쌍둥이 형을 좋아할 무모함은 있으면서 정작 고백은 못 한다니 정말 병신 같지. 그래도 가족이니까, 못 보게 될 일은 없으니까, 혹시라도 만약에 한철 감정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나는 그렇게 고귀한 성품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는 걸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얌전을 떨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거지. 불행히 한철 감정도 아니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쯤인가, 오소마츠형이 첫 여자친구가 생겼다. 같은 반 반장이라고 들었는데, 형한테는 아마 첫사랑이었을 거다. 첫사랑. 내 입에서 굴리면 쓴 맛밖에 안 나는 단어인데, 형은 그렇지 않았다. 혼자 욕실에 박혀 우는 날이 늘어갔다. 샤워기를 틀어놓고 한참 울다가 수건을 덮고 나가서 머리를 말리는 척 눈의 부기가 빠지길 기다리는 게 점점 익숙해졌다.

 

형이 첫 키스를 한 날이었다. 나는 그게 뭐라고 그렇게 서러웠을까. 나 먼저 샤워 좀 할게. 형 얘기를 다 듣기도 전에 그렇게 말하고 욕실로 뛰어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바닥에서 타닥타닥 튀는 물방울에 바지 밑단이 잔뜩 젖든 말든 무릎을 감싸고 안은 채 펑펑 울었다. 생각보다 내 사랑을 관조하고 있었다. 형이랑 키스하는 상상을 하고, 언젠가는 서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전혀 아닌데. 형은 나랑은 진짜 아닌 건데.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을 때였다.

 

 

이치마츠.


 

잠근 줄 알았던 욕실 문이 열렸다. 놀라서 무릎에 고개를 묻은 채 눈만 들어 바라보자 쵸로마츠형이었다. 손에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있던 형은 문을 잠그더니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와 샤워기를 껐다. 욕실은 천천히 둘러보던 형은 히끅거리고 있는 나와 눈높이를 맞춰서 앉았다. 형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없는 학교 이지메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없는 여자친구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선뜻 말 꺼내길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형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냥 남자랑 하고 싶은 건가?

 

 

전혀 예상치 못 한 말이었다. 그것도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한 말투로. 노골적인 내용에 비해 형은 차분했다. 쵸로마츠형이야 원래 좀 재수 없는 구석이 있지만, 이런 부분에서 쿨한 사람은 아니었다. 히끅거리던 것도 멈추고 멍하게 형을 올려다봤다.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가 뒤따랐다. 장남말이야. 가슴이 철렁했다. 놀라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형이 내 어깨를 가볍게 쥐며 다시 입을 뗐다.

 


너 단순히 그런 쪽이라면……내가 도와줄 수 있어.

 


그땐 왜 그랬을까. 아마 일종의 변명이었겠지. 그런 쪽이면 도와줄 수 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게 뭔지 알면서도 고개를 그냥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딴 게 아니라 씨발 세상에 둘도 없는 순정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형은 다시 샤워기를 틀고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서툴긴 하지만 섬세한 손길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추삽질이 끝나고 형이 나를 씻겨줄 때까지 그냥 멍하게 있었다. 생각지도 못 한 부분에서 꼬인 기분이었다. 욕조에 푹 잠긴 채 욕실을 정리하고 있는 형에게 물었다.

 


쵸로마츠, 이런 거 엄청 싫어하지 않아?

 


아마 그럴 거다. 남자만 여섯이다 보니까 별 좆같은 얘기가 다 오가는데 가끔 게이 얘기가 나오면 형은 정색을 하고 싫어했다. 그래서 쵸로마츠형한텐 오소마츠형 다음으로 절대 들키지 말아야 겠다 다짐했고. 이딴 판국이 됐지만. 내 질문에 한참 답이 없던 형은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더니 옷을 입으며 말했다.


 

엄청 싫어해. 근데 그게 안 한다는 의미랑은 별개지.


 

무슨 뜻이야? 다시 묻기도 전에 형은 옷을 다 입은 건지 나한테도 수건을 두어 장 얹어주고 욕실을 나갔다. 물에 잠긴 몸이 덜덜 떨렸다. 썩 좋지 않은 예감이었다.

 

그 뒤로도 형이랑 데면데면하게 지냈다. 형은 평소와 같았다. 나는 한 손에는 여전히 나쁜 예감을 쥐고 있었지만 등 뒤로 잘 숨겼다. 쵸로마츠형도 양손을 내보이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형 등 뒤로 뭐가 있는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가 원래 친한 사이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가 길게 가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나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으니까.

 


너 나 좀 보자.


 

얼마 뒤에 형이 나를 따로 불러냈을 때도 나는 놀라지 않았다. 여기서는 못 하는 거지? 그렇게 대꾸하는 나를 보며 형은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안 괜찮을 거야. 언짢은 대답에 비적비적 형을 따라나섰다. 형이 뭘 말하든 아니라고 할 생각이었다.

 


이치마츠, 너 말이야…….

 

 

형은 찹찹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말하기 곤란한 건지 이렇게 저렇게 돌려 말한 내용의 요는 그거였다. 형은 내가 오소마츠형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단순히 남자한테 박히고 싶어서 발정난 새끼가 아니라는 걸 안다고. 어떻게 아냐고 묻는 나에게 형은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다. 너 좆나 티 나. 그 말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형은 덧붙였다. 그래도 다른 애들은 모를걸. 티 별로 안 나.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자 형은 몰라도 된다며 짜증스레 손사래를 쳤다. 순간 오한이 들었다. 형이 나에게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에 앞서 마음에 턱 걸리는 게 있었다. , 그때는 이런 식으로 얘기 안 했잖아.

 

 

그러면, 왜 나한테 그렇게 물었어?

 

「…….

 

 

형은 한참동안 대답을 않았다. 형은 분명히 나한테 물었다. 단순히 남자랑 자고 싶은 거냐고. 오소마츠형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남자랑 자보고 싶었던 게 아니냐고.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으면, 씨발. 차라리 위로를 해주거나 욕을 하는 게 더 납득이 가는데. 그땐 왜 그렇게 물었을까. 그렇게 하면 뭐가 좋아서?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 설마…….



그냥, 그렇게 물으면 허락할 거 같았어.

 


한참 뒤에야 입을 뗀 형은 그렇게 말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가슴이 서늘해졌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몇 년이고 봐온 미련한 표정이었으니까.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지.


「……이치마츠.

 

내가 널 좋아하게 되니까 알게 되더라고.

 

 

나는 이 날 만큼 형이랑 내 얼굴이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

.

이치마츠 많이 컸네, 울지도 않고.”

 

좀 비꼬지 마.”

 


쵸로마츠형이 나를 데리고 나가서 간 곳은 고작 집 근처 놀이터였다. 하긴, 어디 가게로 가기엔 우리 둘 다 차림이 가벼웠다. 벤치에 앉자마자 빈정거리는 목소리에 괜히 울컥해서 나도 톡 쏘아댔지만 형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이제 오소마츠형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그때처럼 엉엉 우는 일은 거의 없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더 이상 어설픈 고등학생도 아니며, 이런 일이 첫 번째도 아니기도 하고…….

 


칭찬하자마자 또 우는 건 뭐냐.”


 

내 얼굴을 꾹 누르고 멀어지는 손끝을 바라봤다. 형은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서로 패를 다 보여줬으니 그걸 최대한 이용하면 된다고. 단순히 이해관계라고. 처음엔 그게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오소마츠형을 좋아하고, 형은 씨발 나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이용해 그걸. 그러자 형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가능한 거야, 이치마츠.

 

 

장남 저러는 것도 얼마 안 갈 테니까 걱정 마.”

 

형은 무슨 마음으로 나를 위로할까. 종종 쵸로마츠형에게 나를 넣어본다. 오소마츠형에게 좋아하는 사람 일로 마음 앓이를 하면 나는 저렇게 위로할 수 있을까. 나는 못 그럴 거다. 그 만큼 속이 좋지는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면 묵직한 덩어리들이 발끝에서부터 쌓였다. 그게 벌써 3년이었다. 이제 형을 보면, 오소마츠형을 볼 때랑은 다른 방식으로 가슴이 내려앉는다. 연민, 동질감, 자기혐오 같은 먹색 실들로 엉킨 실타래였다. 형이 그랬다. 우리는 둘 다 이뤄질 수 없으니까 서로 기댈 수 있는 거야. 근데 암만 생각해도 이게 최선은 아니잖아. 속으로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여태껏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한 물음이 있다. 형에겐 아마 아픈 말일 테니까.

 


내가 널 좋아하면 어떻게 됐을까?”

 

 

멍한 목소리로 묻자 형이 찬찬히 시선을 돌린다. 시도를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다. 오소마츠형이 아닌 쵸로마츠형을 좋아하게 되면 형한테도 나한테도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그게 안 돼서 씨발. 둘 다 삽질하고 있는 거지.

 

 

글쎄……아마 지금보단 덜 불행했겠지.”

 

 

정말 곧 죽어도 행복할 거라는 말은 안 하네.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간다. 형도 잘 알고 있겠지. 쵸로마츠형이나 나나 맹목적인 사람이 못 된다는 걸. 상대방을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결국은 자기 몸 사리기 바쁜 그런 새끼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소마츠형한테 좋아한다 말도 못 꺼내고, 쵸로마츠형은 차라리 자기를 좋아해 달라고 못 한다. 그러면서 또 상처는 지지리 잘 받고.

 

 

쵸로마츠.”

 

, 이치마츠.”

 

너랑 나 둘 중 한 명이라도 맹목적이었다면……뭔가 달라졌을까?”

 


내 물음에 형은 답이 없었다. 아마 나랑 같은 생각이겠지. 지금의 이 기형적인 균형이 우리에겐 최선이라고. 형이랑 나는, 너무 이기적이니까.

 

우리는 서로의 밑바닥이었다.

.

.

오소마츠형은 잘 돼가는 중이라고, 했다. 진짜냐? 미심쩍다는 듯한 쵸로마츠형의 목소리에 형은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진짜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기저기서 형제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폰에 집중하던 오소마츠형이 어깨를 으쓱인다.

 


곧 잘될 거 같은데.”

 

 

한 차례 야유가 더 쏟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잘해보라는 소리가 뒤따른다. 그 말들에 씩 웃던 오소마츠형과 눈이 마주쳤다. 내 시선을 느낀 모양이었다. 형이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왜? 하고 입모양으로 묻는다. 시선을 황급하게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건너편에 앉아 있던 형이 무릎걸음으로 와서 내 머리를 헝클인다.

 

 

너 요새 왜 그래.”

 

내가 왜.”

 

기운도 없고……괜찮아?”

 

, 괜찮아.”

 


내가 사랑하는 다정한 형. ……. 형의 왼손에 꼭 들린 폰이 서글프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몇 가지 말들을 꾹 누르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말해야 좋은 동생이겠지.

 

 

잘해봐, .”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형도 따라서 웃는다. 그래, 고마워. 형이 다시금 내 머리를 헝클인다. 그 여자는 좋겠다. 이 다정함을 전부 가질 수 있어서 좋겠다. 나는 빌려 쓰는 것도 이렇게 벅찬데. 웃고 있기가 힘들어서 고개를 푹 숙이자 또 다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머리 위로 떨어진다.

 


역시 어디 아픈 거 같은…….”

 

내가 2층 데리고 가서 눕힐게.”

 

? 이치마츠 진짜 아파?”

 

아마 몸살.”

 

 

뒤에서 손이 불쑥 나오더니 눈을 덮어버린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형이구나, 쵸로마츠형. 씨발. 또 이런 식이다. 사실 늘 이런 식이었지만. 어쩌면 이 손을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자 등 뒤로 소름이 돋는다. 내 몸을 끌어당겨서 자기에게 기대게 한 쵸로마츠형은 이내 나를 안아서 든다. 쪽팔려서 괜히 어깨를 꼬집는데 꿈쩍도 안 한다. 오소마츠형은 무슨 표정으로 이곳을 보고 있을까. 아니, 보고 있긴 할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폰을 보고 있을 것 같았다. 둘도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덮고 있던 손바닥에 힘이 꾹 들어왔다. 질질 짜지 말라는 소리다.

 

 

너 매번 이래서 어떡할래.”

 


한숨 같은 목소리였다. 2층 빈 방으로 들어와서 나를 내려놓은 형은 옆방으로 가서 정말로 이불을 들고 왔다. 이불을 핀 형이 그 위를 쳤지만 고개를 저었다.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형은 포기한 듯 한숨을 한 번 더 내쉬었다.

 

 

울지 마.”

 

안 울어.”

 

그러시겠지.”

 


삐딱하게 웃던 형이 내 이마를 툭 민다. 너 정말 연기 못 한다, 하고 비아냥거리는데 울컥해서 눈을 치켜떴다. 네가 할 말은 아니잖아, 대꾸하자 형이 입을 다문다.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형은 조금 착잡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옆에 붙어 있어.”

 

…….”


너 등신짓 하는 거 보는 게, 씨발, 내가 힘들어서 그래.”

 

 

형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전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쵸로마츠형도 다정하다. 오소마츠형이랑 좀 다르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내가 빌빌거릴 때마다 매번 챙기는 것도 그렇고 나랑 그때 자자고 했던 것도, 어쩌면 다정함의 일부였을 거다. 그래서 슬펐다. 나는 왜 형의 다정함은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한껏 기대려고만 하고 왜 사랑하지는 못할까.

 


쵸로마츠. 내가 이렇게 병신 같아도 좋아?”

 

너 실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짜증 섞인 목소리가 다정함을 표방하고 있다는 걸 알아버려서 괴롭다. 핀잔을 주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버거운 진심이 담겨 있다는 걸 알아버려서 괴롭다. 쵸로마츠형을 좋아했으면 좋았을걸. 형은 몇 번이고 이렇게 바랐을 거라고 생각하자 좀 아팠다. 내가 오소마츠형의 그녀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줄곧 나를 도려냈으니까.

 


내가 너 좋아하면 좋겠다.”

 

……그러게.”

 

……그렇게 해볼래.”

 


형은 대답 없이 그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팔을 벌린다. 냅다 안겼더니 등을 토닥이는 손이 따뜻하다. 이치마츠, 좋아해. 속닥거리는 목소리에 마음이 일그러진다. 사실은 형도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오소마츠형을 좋아하듯이 형을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계속 목적지가 다른 평행선을 걸을 뿐이라고……그래도 발버둥 칠 수는 있는 거니까.

 

 

, 나도 좋아해.”

 

 

스스로 거는 최면이라고 해도 괜찮다. 형은 눈치가 빠르니까 내 말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도 알 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좋아한단 건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게 형 당신과 같은 성분이 아니라는 건 알겠지. 그래도 형은 웃는다. 잘해봐, . 내가 오소마츠형에게 그렇게 말하던 때처럼 웃는다. 저게 얼마나 너덜너덜해진 웃음인지 안다. 형이 많이 아픈가 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하나밖에 없었다.

 


……키스할까?”

 

무드 없게 그런 거 말로 좀 하지 마라 넌.”

 


말로는 타박을 주면서도 볼을 감싸는 손은 다정하다. 우리는 끝까지 서로 모질어질 수 없는 사이겠지. 입술을 포개오는 형의 목을 끌어안고 밭은 숨을 내뱉었다. 눈을 떠서 형의 감은 눈을 바라봤다. 시선을 느낀 건지 형도 눈을 떠서 나를 바라본다. 그냥 실없이 웃었다. 휘어지는 내 눈매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형은 내 어깨를 밀어서 뒤로 눕힌다. 형은 알고 있어?

 

형이랑 하는 키스는 너무 절박해. 그래서 가끔 숨이 막혀.

 


……좋아해, 이치마츠. 정말로.”

 


내가 사랑할 수 없는 다정이 오늘도 목을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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